2017년이나 16년에 쓴 듯
타임슬립해서 무스타파에서 아나킨을 죽이는 오비완
아직 걸음이 서툴러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자주 넘어지는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혀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그 뒤를 쫓는다. 제풀에 픽 넘어지면 달려가 손바닥 한가득 묻은 흙을 털어주며 혹여 다치진 않았는지 마음을 졸인다. 그러면 아이는 울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닌다. 지치지도 않는지 사방팔방 쉬지도 않고 한참 돌아다니다 목이 마르면 물도 마셔주고, 그러면서도 뒤처져 제자리를 지키는 아버지의 스승을 뒤돌아보며 손짓하기도 한다.
하늘 그네를 타다가도 이 쪽을 보는 것을 잊지 않았는지 첫째 아이가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본다.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이니 그제야 앙증맞은 입꼬리가 크게 벌어진다. 그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알기에 눈치 빠른 젊은 아버지가 바로 어부바를 시전하자 작은 몸이 널따란 어깨에 폭 감싸이고 명랑한 웃음소리가 온 하늘을 두드린다. 눈이 마주친 아이들의 어머니가 싱긋 웃어주니 그게 또 마음을 간지럽혀 대신 손을 흔들어주었다.
광대한 초원의 풀잎 사이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중에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도 섞여 있던 것 같다. 오비완은 대답 대신 계속해서 팔을 휘젓는다. 그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켜보고만 있는다. 흔들리는 팔 사이로 노을이 기울어 작은 태양을 만든다. 애정을 담아 흔들던 팔에 무게가 실린다. 주변을 둘러싼 금빛 풍경이 서서히 멀어져간다.
상황은 한순간에 뒤바뀐다. 유리창이 깨어지듯 모든 것이 조각나며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때렸다. 머리보다 먼저 몸이 받아내어 흘린 공격이 허벅지 옆의 검은 바위를 두동강냈다. 쩍 갈라진 파편이 용암으로 굴러떨어지자 지면이 뒤흔들렸다. 잠시 중심을 잡느라 비틀거리는 사이 또 한 번 눈이 멀 듯 한 빛이 목을 향해 쇄도한다. 뻔한 움직임을 맞받아친 다음 바로 허리베기로 연쇄 공격에 들어간다. 그러나 괴물같은 힘은 노련한 장년의 기사가 날카롭게 파고들어간 검을 한 손만으로도 막아낸다. 흐름을 놓친 대가로 오비완은 오른쪽 어깨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찡하게 아려오는 팔 전체의 고통을 애써 삼키며 제다이는 한숨 물러나 숨을 고른 후 다시 그를 향해 달려든다. 경이로운 재능이며 경이로운 포스였으나 눈앞의 새파란 배신자는 다행히도 자신에 비해 실전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였다. 그는 합을 받아내듯 쏟아지는 묵직한 공격에 대응하며 점차 유리한 지대를 점하기 시작한다. 또 한 번 불꽃이 튀고 시야를 아득하게 하는 황금빛이 폭포처럼 떨어져내린다. 오비완은 문득 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를 들은 듯 하다. 제다이는 이를 악물고 옛 제자의 복부를 발로 걷어찬다. 이건 너희의 미래일 수도 있었어. 뒤로 나가떨어지던 제자의 주먹이 어느새 오비완의 턱을 파고든다. 억누르지 못한 신음이 터져나온다. 이전의 그는 너무나 절망하고 원망에 휩싸여 있었으므로 아무리 심정이 비참하다 한들 경황이 없어 눈물이 흐를 새가 없었다. 그러나 뜨겁게 반짝이며 흩어지는 금빛 불씨들을 보는 순간, 더이상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검이 얽히고 서로의 코가 닿을 만큼 몸을 붙힌 순간, 상대의 얼굴에 일어난 변화를 똑똑히 본 푸른 눈동자가 얕게 경련한다. 견디지 못한 둑이 터지듯 새어나온 눈물 한 줄기는 이내 빗줄기처럼 뺨을 흥건하게 적시도록 흘러내린다. 오비완은 햇빛 아래 잠이 든 두 아이를 각각 품에 안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평온을 누리는 젊고 아름답고 강한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꿈이 아닐 수도 있었던 꿈,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행복, 그 모든 것이 검이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베이고 불타올라 깨끗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간다. 그것이 오비완을 세상 무엇보다 비탄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가슴은 문드러지고, 목소리는 절규에 막혔으며, 움직임은 더욱 처절해진다. 어째서인지 승리에 불타오르기는 커녕 한 풀 꺾인 듯 자신을 탐색하는 반응이 돌아오자 오비완은 그 모든 결심과 각오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약해져 하마터면 그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 어쩌면, 어쩌면 아나킨의 마음 한 조각만큼은 아직 저 시커먼 그림자 속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맹목적인 분노로부터 이성을 지키고 경계하는 이유가 눈앞의 적수가 아닌 그 스스로조차 완벽히 죽이지 못한 선 때문일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스승의 마음을 할퀸다.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범할 수는 없다. 제다이는 그립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예리하게 빛나는 광포한 검에 시선을 꽂는다. 예상대로 높이 뛰어오르는 모양새에 졸곧 주시하던 상대의 검을 비껴 쳐내고 곧장 몸통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지독한 탄내가 열기에 실려 들이닥쳤다 사라지고, 옛 제자는 무사히 땅 위에 착지하지 못한다. 두 발로 온전히 행성을 디딘 자는 제다이 한 명 뿐이다. 뇌를 후벼파는 비명이 들려왔다. 몸뚱아리가 짓밟힌 애벌레처럼 뒤척인다. 그렇게 울부짖었다.
"당신을 증오해!"
그의 제자를 가득 채운 두려움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혹은 태어난 순간부터 가슴 깊은 곳에 축적되어 사라지지 않는 악몽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바닥을 겪어본 적이 없는 오비완과 세속적인 감정을 버리라 요구하는 제다이 코드가 읊는 모든 부정적인 것이 한때 그의 삶이었거늘, 아무리 짧다 하나 살아온 생을 통째로 부정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어찌 완벽하게 가능하겠는가? 그렇다 한들 제다이의 가르침이 틀리지는 않았으니 오비완 본인이 아이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못한 탓이 컸다. 마스터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그저 그가 품은 애정의 깊이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충분할 만큼 표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비완을 한없이 작은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러니 자신을 향한 아이의 분노는 정당하다.
오비완은 거동이 불가한 몸뚱아리를 용암이 닿지 않는 지면 위로 끌고 올라온다. 샛노란 눈동자가 무섭게 타오른다. 오비완은 지금 이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고 장담한다. 매일밤 그의 잠자리를 괴롭히고 기억이 희미해지는 수십년의 세월 이후에도 이따금씩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남긴 가장 고통스러웠던 치명상의 흉터처럼, 그를 들쑤시리라 확신한다. 또한 지옥이 불이라는 한 가지 형태만을 가지지 않음을 안다. 제다이는 이번에도 이름을 버린 후 모래뿐인 행성의 미치광이로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는 불구덩이인 제자의 지옥과 달리 시간에 걸쳐 서서히 모래에 짓눌리기를 택한다.
경련이 이는 몸을 추켜세운다. 눈동자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서야 자신이 여전히 울고 있음을 깨닫는다. 목구멍에서 울컥 치솟은 감정이 어지럽게 소용돌이치지만 그 어떤 말도 의미가 없으리라. 그 어떤 말도 이제 와서는 의미가 없었다.
스승은 제자의 부릅뜬 눈을 가득 채운 분노 뒤의 두려움을 본다. 새카맣게 타버린 애정의 잿더미에서 한 줄기 연민이 피어오른다. 푸른 라이트세이버가 하늘을 바라보며 올라가고, 단숨에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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